감자의 조리 방법에 따라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의 세예드 모하마드 무사비 박사팀은 약 20만 명이 넘는 의료보건 종사자를 대상으로 최장 40년에 걸쳐 추적 조사한 결과, 감자튀김을 주 3회 섭취할 경우 제2형 당뇨병 위험이 20% 증가하는 반면, 삶거나 굽거나 으깬 감자는 당뇨병 위험과 유의미한 관련성이 적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연구는 의학전문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게재됐으며, 논문 교신저자인 월터 윌렛 교수는 “일상 식단에서 작은 변화만으로도 제2형 당뇨병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프렌치프라이 섭취를 제한하고 통곡물 탄수화물을 선택하는 것이 인구 전체의 당뇨병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자는 식이섬유, 비타민 C, 마그네슘 등 유익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전분 함량이 높아 고혈당 지수를 갖는 식품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당뇨병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연구팀은 1984년부터 2021년까지 보건의료 종사자 20만5107명이 참여한 3개의 대규모 연구(NHS, NHSⅡ, HPFS) 데이터를 활용해 식단과 제2형 당뇨병 발병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30년 이상 정기적으로 식이 설문에 응답하며 감자튀김, 삶거나 구운 감자, 으깬 감자, 통곡물 섭취 빈도 등을 상세히 기록했다. 더불어 건강 상태, 생활습관, 인구통계학적 정보도 함께 보고했다. 이 기간 동안 총 2만2299명이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자튀김을 일주일에 3번 섭취하는 사람은 섭취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병 위험이 2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삶거나 구운 감자 혹은 으깬 감자를 비슷한 빈도로 섭취하는 경우에는 당뇨병 위험 증가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감자 조리법이 당뇨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에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연구팀은 감자를 통곡물로 대체할 경우 당뇨병 위험이 감소하는 점도 확인했다. 감자 전체를 통곡물로 대체하면 위험이 8% 줄었고, 삶거나 구운 감자, 으깬 감자를 통곡물로 대체할 경우 4%의 위험 감소 효과가 관찰됐다. 특히 감자튀김을 통곡물로 대체하면 당뇨병 위험이 19%까지 낮아졌다. 반면 감자를 흰쌀밥으로 대체하면 오히려 당뇨병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처럼 감자의 섭취가 제2형 당뇨병 위험과 연관되는 양상은 조리 방법과 대체 식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통곡물 섭취를 권장하는 기존 식이 권장 사항과 일치한다고 평가하며, “환경적 영향이 적고 건강에도 좋은 삶거나 굽거나 으깬 감자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단에 포함될 수 있으나, 여전히 통곡물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가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장기간 진행된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조리 방식과 대체 식품을 모두 고려한 다양한 인구집단 대상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평소 감자 섭취 습관과 조리법에 관심을 갖고, 건강한 탄수화물 선택을 통해 당뇨병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고열량 튀김 감자보다 통곡물 위주의 식단을 지향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위한 실천 방법임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