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 여행여가

이제 '빨리빨리' 여행은 끝났다…'느리게 즐기는' 시골 여행이 세계적 트렌드

 '빨리빨리'와 '인증샷'으로 대표되던 여행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복잡한 도시와 인파로 가득한 명소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천천히 음미하는 '루럴 투어리즘(Rural Tourism)'이 새로운 시대의 여행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는 소비 중심의 여행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체험과 휴식을 추구하는 '슬로우 라이프(Slow Life)' 가치의 확산과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흐름을 증명하듯, 디지털 여행 플랫폼 아고다는 최근 아시아 최고 '로컬 탐방 여행지' 순위를 발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 8개국, 인구 5만 명 이하의 외곽 지역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대한민국의 평창군이 당당히 8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는 말레이시아의 카메론 하이랜드, 태국의 카오야이, 일본의 후지카와구치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연 명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쾌거로, 한국 시골 마을의 잠재력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되었다.

 

평창은 루럴 투어리즘의 매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대관령 양떼목장은 푸른 초원 위를 한가로이 거니는 양 떼의 모습으로 방문객에게 비현실적인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목가적인 풍경 속을 걷다 보면 도시의 소음과 번잡함은 어느새 잊힌다.

 


여기에 문학적 감성이 더해진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지인 봉평에서는 매년 '효석문화제'가 열려, 눈처럼 새하얀 메밀꽃밭을 산책하고 버스킹 공연을 즐기는 등 자연과 문학이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서의 유산 역시 평창의 큰 자산이다. 겨울이면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려는 인파로 활기를 띠고, 여름에는 고원지대 특유의 서늘한 기후가 더위를 피해 찾아온 이들에게 최고의 휴식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밀집된 공간에 대한 회피 심리가 강해지고, 진정한 웰빙과 힐링에 대한 갈망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북적이는 유명 관광지 대신 덜 알려진 나만의 장소를, 과시적인 소비 대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깊이 있는 체험을 원하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환 아고다 한국지사 대표 역시 "청정자연과 평온한 휴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한적한 여행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대도시 중심의 여행 패턴이 외곽 지역으로 확장되는 추세를 확인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