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억 명의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들이 사용하는 어도비(Adobe)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일본 의상으로 왜곡하는 심각한 오류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실수를 넘어, K-컬처의 근간을 흔들고 잘못된 인식을 전 세계에 퍼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사건은 '한국 홍보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가 한 네티즌의 제보를 받으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제보에 따르면, 어도비의 대표적인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Photoshop)에 탑재된 생성형 AI 이미지 검색 엔진에 '한복' 또는 영어 'Hanbok'을 입력했을 때, 우리가 아는 전통 한복이 아닌 일본의 기모노나 유카타를 연상시키는 의상 이미지가 다수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는 AI가 한복의 고유한 형태, 즉 저고리와 치마(또는 바지)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와 아름다움을 전혀 학습하지 못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결과다.

 

이 사실을 확인한 서경덕 교수는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는 어도비 본사의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직접 항의의 뜻을 전하며, "이는 단순한 오류를 넘어 한국 문화에 대한 심각한 왜곡에 가깝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서 교수는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한복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영상 자료를 함께 첨부하며 어도비 측에 조속한 시정 조치를 정식으로 요구했다.

 

서 교수가 이 문제를 이토록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어도비 포토샵이 가진 막강한 글로벌 영향력 때문이다. 포토샵은 사실상 전 세계 시각 디자인 분야의 표준 프로그램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수많은 전문가와 일반 사용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를 얻고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만약 이러한 글로벌 플랫폼에서 한복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한복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에게 '한복=일본 옷'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특히 이번 오류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최근 중국이 한복이 자신들의 전통 의상인 '한푸(漢服)'에서 유래했다는 소위 '문화 동북공정'을 노골적으로 펼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 왜곡 시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적인 기업의 AI마저 한복의 정체성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일본 의상으로 오인하는 사태는 자칫 중국의 억지 주장에 간접적인 빌미를 제공하거나, 한국 전통문화의 고유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경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K-드라마, K-팝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올바른 정보를 널리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한복을 지키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 나가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