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K-브랜드'의 위상을 악용해 캄보디아에서 제조한 가짜 담배를 한국산으로 위장, 호주로 밀수출하려던 국제 범죄 조직이 세관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인천본부세관은 관세법 및 상표법 위반 혐의로 40대 중국인 국제운송주선업자 A씨를 포함한 일당 3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이 밀수하려 한 가짜 담배는 총 20만 갑에 달하며, 정품 시가로는 12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이번 사건은 국산 제품의 신뢰도를 범죄에 이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일당의 범행 수법은 매우 치밀하고 교묘했다. A씨 등은 지난 1월, 캄보디아에서 생산된 가짜 '에쎄(ESSE)' 담배를 컨테이너에 실은 뒤, 출발지를 '한국'으로 세탁하기 위해 인천항을 경유하는 환적화물로 위장했다. 세관의 의심을 피하고자 화물 품목을 담배가 아닌 '일회용기'로 허위 신고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이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출발하는 화물에 비해, 한국에서 선적된 화물은 호주 등 수입국 세관의 검사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악용한 전형적인 '원산지 세탁' 수법이다. 한국의 높은 국가 신뢰도를 범죄의 방패막이로 삼으려 한 것이다.

 

이들이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 밀수를 시도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호주의 엄청나게 비싼 담뱃값 때문이었다. 호주는 OECD 국가 중 담배 가격이 가장 높은 나라로, 한 갑당 가격이 약 4만 원에 육박한다. 반면, 한국에서 동일 제품은 4500원에 판매된다. A씨 일당은 캄보디아에서 훨씬 저렴하게 만든 가짜 담배를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호주에 밀수출할 경우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품목을 허위로 신고함으로써 관세 등 세금을 탈루하려 한 것은 물론, K-브랜드의 프리미엄까지 이용해 부당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던 것이다.

 

인천세관은 최근 'K-담배'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를 모방한 위조 담배가 해외에서 유통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단순한 밀수를 넘어 한국 기업의 상표권과 국가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세관 관계자는 "앞으로도 K-브랜드의 지식재산권 보호와 신뢰도 유지를 위해 국산 위장 환적화물에 대한 정보 분석과 단속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유사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