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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트럼프에 800조 상납..2차 대미투자도 대기 중

글로벌 경제 안보의 지형이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이 거대 자본을 고리로 한 초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이 지난해 관세 협상 당시 약속했던 무려 5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98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첫 단추를 예상보다 빠르게 꿰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일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전격 발표의 이면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간선거 승리 전략과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동맹 강화 의지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앞서 양국의 경제 수장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12일 미국 현지에서 투자 안건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때문에 당초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3월 방미 일정에 맞춰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양국은 허를 찌르듯 전날 오하이오주 가스 화력발전소, 텍사스주 석유 및 가스 수출 시설, 조지아주 합성 다이아몬드 제조 설비 등 3개 사업을 1호 프로젝트로 전격 선정해 발표했다.

일본이 이토록 서두른 배경에는 무엇보다 중국을 향한 견제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작년 가을 이후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중국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의 굳건한 경제 동맹을 과시함으로써 외교적 우위를 점하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한국 및 유럽연합과도 대미 투자를 협의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일본이 가장 먼저 확실한 당근을 제시해 독보적인 파트너 지위를 선점하려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첫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반도체 제조 등에 필수적이지만 그간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합성 다이아몬드 설비가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4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일 양국이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경제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과도한 접근을 막고 일본이 중심이 된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노림수가 엿보인다.
또한 이번 발표는 철저히 미국의 국내 정치 일정에 맞춰진 기획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첫 프로젝트가 진행될 오하이오, 텍사스, 조지아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승패를 가를 핵심 격전지들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일본의 대규모 투자를 본인의 경제 활성화 성과로 내세워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할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일본이 트럼프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며 동맹의 가치를 입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향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 국회에서 대미 투자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다시 인상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다.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투자의 속도와 규모에 따라 차별적인 대우를 하겠다는 트럼프식 압박 전술에 일본은 적극적인 투자 확약으로 응답했고 한국은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360억 달러 규모의 투자는 일본이 약속한 총액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인 2029년 초까지 일본은 아직 700조 원 이상의 돈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 양국은 기세를 몰아 내달 19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전후해 차세대 원자로와 배터리 소재 등을 포함한 2호 프로젝트를 발표할 준비에 착수했다. 특히 오하이오 발전소 사업에는 소프트뱅크그룹을 필두로 파나소닉홀딩스, 무라타제작소 등 일본의 간판 기업 20여 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비즈니스계의 관심도 뜨겁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기업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투자처 선정과 이익 배분 과정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실제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일본 기업 관계자는 국가 간의 정치적 합의로 등 떠밀려 투자에 나서지만 나중에 감당하기 힘든 조건이 추가될 수 있다며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치적 계산이 앞선 투자가 기업의 실질적인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기업들 사이에 퍼져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발표는 경제적 실익보다는 정치적 결속력을 택한 일본의 고육지책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실리 외교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거대한 자본 투입을 통해 미일 관계는 역대급 밀월기로 접어들고 있으나 그만큼 일본 기업들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도 비대해지고 있다.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이 거대한 자본의 흐름이 향후 동북아시아 경제 지형과 한국의 대응 전략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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